한국 사회 불평등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법은?
- 작성일
- 202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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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선 한국고용노동교육원 원장
한국 사회의 문제 구조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산업화와 놀라운 경제 성장, 그리고 민주화로 원조를 받던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최초 국가가 되었다(UNCTAD 2021, OECD 2022). 한국의 경제 규모는 2025년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조 8,585억 달러로서 전 세계 13위, 1인당 명목 GDP도 3만 5,962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한국은 수출과 수입 규모에서 전 세계 7위 교역 국가로 발전하였다(IMF World Economic Outlook 2025). 그럼에도 OECD가 매년 발표하는 삶의 질 종합 지수(Better Life Index)에서 한국은 회원국 38개 중 33위로서 중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 수준은 6.4점으로 OECD 평균 6.7점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노인 빈곤율(39.8%)과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매년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합계출산율도 0.72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OECD 2023). 이 같은 우리 사회의 눈부신 경제적 성공과 OECD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역설적 상황과 이중성, 그리고 사회현실에서 국민이 체감하고 있는 삶의 고통은 어디에서 비롯되고 이를 극복할 방안은 무엇일까?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에 있어
역사 제도주의적 관점에서 결정적 전환기이자 중대한 분기점(critical juncture)이라고 할 수 있는 1997년 IMF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적 경제체제가 빚어놓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사회적 문제는 바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사회 불평등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금융산업공익재단의 지원으로 수행한 한국 사회 불평등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는 2004년 0.347에서 2010년 0.361로 상승한 후, 2023년 0.333까지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다가 2024년에는 다시 0.341로 상승하고 있다. 상하위 소득 10분위 격차를 의미하는 p90/p10 비율 역시 2004년 5.45에서 2023년 6.94로 크게 상승하였다. 소득이나 자산 분포의 무질서도(불균등)를 통해 불평등 요인을 살펴볼 수 있는 엔트로피 지수도 2004년 0.329에서 2024년 0.473으로 빠르게 증가하였다. 또한, 주관적 소득 불평등 정도를 측정한 앳킨슨 지수(Atkinson Index)도 2004년 0.0976에서 2024년 0.1056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노동문제연구소·중앙연구원 2025).
한국 사회의 불평등 심화는 세계 불평등을 비교하기 위한 피케티 지수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국민소득 대비 국민순자산 비율, 이른바 피케티 비율로 불리는 소득 자산 배율은 9.8배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국가로 나타나고 있다(노동문제연구소·중앙연구원 2025). 한국은 최근 소득 상위층으로 갈수록 소득집중도가 심화하고 있으며, 소득 대비 자산 가격이 매우 높아 자산 불평등이 심한 국가에 속한다. 특히 동 연구(2025)에서 가구소득 대비 총자산액을 의미하는 자산소득 배율은 1998년 3.1배 수준에서 2022년 6.9배로 배율 격차가 점차 심화하고 있다. 이러한 자산 격차와 자산 불평등은 코로나바이러스 19사태 이후 더욱 심화하고 있다.
반면, 동 연구의 노동시장 불평등 분석에서 불안정 노동 계층이 정규직 일반노동계층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1998~2003년 12.07%에서 2017~2023년 9.75%로 약 2.3% 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 중간계층으로의 상향 이동의 가능성 역시 1% 미만으로 매우 낮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낮아지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불안정 노동 계층이 동일한 계층에 머무르거나 실업자(약 2% 내외)나 비 경활 인구(약 13% 내외)로 하락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노동문제연구소·중앙연구원 2025). 요컨대 불안정 노동 계층의 상태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계층 이동성을 제약하는 추세가 강화되고 한국 사회의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 구조가 더욱 고착화하고 있다.
청년 일자리 문제와 한국 사회 지속성의 위기
한국 사회의 또 다른 문제는 청년층의 ‘쉬었음’으로 분류되고 있는 비경제 활동 인구의 급격한 증가라고 할 수 있다. 2026년 1월 현재 20대‘쉬었음’ 인구는 약 44만 2천명, 30대 청년층 30만 9천여 명까지 포함하면 약 75만 명에 이르는 청년들이 비경제활동인구로 나타나고 있다(통계청 2026). 이처럼 많은 청년들이 ‘그냥 쉬었음’으로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괜찮은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층의 대부분은 10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괜찮은 일자리(decent work)를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2026년 기준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제공할 일자리 규모 전망은 각각 5만 1,600여 명과 5만 2천여 명 등 약 10만 명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2026년 공공기관의 정규직 신규 채용 규모 전망은 약 2만 8천여 명이고 나머지는 2만 4천여 명은 청년인턴 일자리이다(노동부 자료 2026). 2024년 기준 대학과 대학원 졸업자 중 취업 대상자가 약 54만 3천여 명 규모인 점을 고려하면 괜찮은 대기업과 공공기관 일자리는 턱 없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교육부 통계 2024).
한국 사회 문제의 진단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심화와 디지털 전환에 따른 불안정 노동 계층의 증가
20~30대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임금 격차에서 그 원인을 찾지 않을 수 없다.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와 노동조건, 그리고 사내 복지혜택의 차이는 심각한 수준이다. 2024년 기준 통계자료에 따르면, 대기업 정규직이 받는 시간당 평균임금이 100일 때, 대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는 62.3, 중소기업 정규직 노동자는 57.7,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는 41.5 수준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노동부 내부 통계자료 2026). 이와 같이 기업 규모와 고용 형태별 임금 격차가 매우 커 많은 청년이 중소기업 취업 대신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가기 위해 시험‘준비 중’이거나 ‘쉬었음’의 비경제활동 인구로 적체되고 있다.
또한,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 기술의 확산으로 괜찮은 일자리로 생각했던 중간 스킬(skill) 수준의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대신 새롭게 생겨나는 일자리는 대부분 특고, 플랫폼노동, 단시간 아르바이트 등 불안정 일자리로 채워지고 있다. 노동시장 불평등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동시장 내 불안정 고용은 전체 취업자의 37.7%(A)에 이르고 있으며, 저소득 비율은 취업자의 19.6%(B), 제도 및 사회보장 결여는 취업자의 15.1%(C)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노동지표 모두에 해당하는 불안정 노동자도 전체 취업자의 5.9%에 이르고 있다. 특히 불안정 노동자의 비중은 여성, 청년, 고령자, 그리고 저학력 계층일수록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노동문제연구소·중앙연구원 2025).
한국 사회 문제 구조의 해법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해체가 답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의 불평등과 청년 일자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한국 사회에서의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고 청년층에게 괜찮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한국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해체와 그것을 위한 개혁 방안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요인의 산물이다. 따라서 해결 방안 역시 단일한 정책 수단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사회 문제인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 그리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상호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해체는 한국 사회 불평등 해소의 주요한 축이 될 수 있다. 동시에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임금 격차 완화는 청년 일자리 문제의 또 다른 해법이 될 수도 있다. 만약 일본의 경우처럼, 중소기업의 임금수준을 현재 대기업 평균임금(100)의 80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면 많은 ‘쉬었음’ 청년층을 노동시장 내 경제활동인구로 되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민간 노동시장 영역에서의 임금 격차 및 불평등 해소는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가 민간 시장 영역에 그것을 강요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길을 찾을 것인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체의 시작은 개정된 노조법 2, 3조의 실행에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노조법 제2·3조의 개정은 한국 사회 불평등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이 될 수 있다. 노조법 제2조 개정은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는 조항이 신설됨으로써 사용자성의 범위를 크게 확대하였다. 이에 따라 하청 노동자도 원청 사용자를 대상으로 단체교섭 및 임금협상이 가능하게 되었다.
한국 사회 불평등과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체하는 길은 노조 조직률을 높이고, 노동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최근 경남 지역 창원시 타운홀 미팅(26.2.6)에서의 이재명 대통령의 말처럼 “노동자들이 단결해 조직률도 올리고 정당하게 헌법이 부여한 권리를 행사해 힘을 모아야 노동자 지위가 올라가고 사용자와 힘의 균형을 맞춰 정당한 임금을 받을 수 있다”(한겨레신문 26.2.6일 자). 중소 하청기업의 노동자도 노동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해 적정한 임금을 받는 제대로 된 사회로 나가야 한다.
하지만 2024년 기준 노조 조합원 수는 277.7만여 명으로서 노조 조직률은 13%대에 머물러 있다. 사업장 규모별 노조 조직률을 보면 300명 이상의 기업은 35.1%로 높은 반해 100~299명 5.4%, 30~99명 1.3% 등으로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낮은 조직률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공공부문의 조직률은 71.7%(공무원 66.4%, 교육 32.3%)로 매우 높은 데 비해, 민간 부문의 조직률은 9.8%에 불과한 실정이다(노동부 통계자료 2024). 따라서 한국 사회 불평등 해소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해결을 위한 토대로서의 노조 조직률 확대는 민간·중소·영세 부문에서의 노조 조직화 사업에 달려 있다.
‘87년 대립적 기업별 노조 체제에서 산별노조 체제로의 전환 모색
원청과 하청기업 간 단체교섭, 개별 기업노조 차원을 넘어 산별노조 체제로 나아가야
3월이 되면 노조법 제2조 개정에 따른 원하청 간 교섭 요구가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올 것이다. 이에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대립적 기업노조 체제하에서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따라서 기업별 차원에서의 원하청 교섭을 점차 산별교섭 형태로 바꾸어 나갈 필요가 있다. 여기서 산별노조 체제로의 전환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개별 사업장 내 노사 갈등의 외부화이다. 둘째는 산별교섭 및 단체협약 사항의 확장 적용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물론 이를 위한 단체협약 효력 확장 제도의 법제화 절차가 필요하다. 산별노조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법 개정과 단체협약 효력 확장 제도의 도입은 87년 노동체제에 머물러 있는 한국 노사관계의 산별노조 체제로의 전환과 새로운 노동정치의 지형을 만들어 갈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요컨대 다 같이 행복한 나라, 함께 잘 살 수 있는 나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바로 노동자의 조직률 확대와 산별 조직화, 동일가치노동 동일 임금을 전제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해소,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노동자의 이동이 보다 자유롭고 원활한 하이로드(high-road) 일자리 전략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