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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만난 ‘순환경제’: 인도네시아 생활쓰레기 처리와 주민 소득 증대 모델”

작성일
2025-12-22
조회수
28


김지연 굿네이버스 글로벌임팩트 매니저


 인도네시아는 도시 인구가 매년 증가함에 따라 빠른 도시 확장과 생활환경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생활폐기물 또한 가파르게 늘고 있는데 폐기물 처리 인프라의 확충 속도는 도시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수거·분류·재활용 시설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탓에, 많은 지역에서는 폐기물이 곧바로 매립지나 인근 야외 공간으로 이동한다. 쓰레기가 저장 공간이 아니라 생활환경에 직접적으로 쌓이는 구조다.


 특히 메단은 인도네시아 내에서도 이러한 문제의 단면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도시다. 급격한 인구 증가, 비정형적 주거지 확산, 상업지 확장으로 인해 폐기물은 매일 발생하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분류하거나 거래하는 시장은 매우 제한적이다. 쓰레기가‘자원’이 되기 전에 이미 환경 부담으로 전환되고 마는 것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굿네이버스 글로벌 임팩트는 금융산업공익재단과 함께 지역 내 폐기물을 두 갈래, 즉 유기성 폐기물(Organic Waste)과 비유기성 폐기물(Inorganic Waste)로 나누어 지역사회(Belawan 및 Marelan 지역)를 지원하고 있다. 본 사업을 통해 단순히 환경 개선 차원을 넘어, 주민들이 폐기물을 통해 실질적인 부가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 방향이다. 폐기물을‘버려야 하는 잔여물’이 아니라 저축가능한 자원이나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가치재로 정의하고 있다. 주민들이 일상에서 배출하는 폐기물이 일정한 관리 체계와 시장 연결 구조 안에 들어가는 순간, 그것은 곧 경제적 단위로 변환된다. 이러한 자원순환 모델을 통해 지역 주민들은 환경 개선과 동시에 생활 안정과 추가 소득이라는 두 가지 결과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굿네이버스 글로벌 임팩트는 메단 지역 내 Waste Bank 2개 조합과 PT GNI라는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Waste Bank 조합은 말 그대로 ‘쓰레기를 은행처럼 모으는 구조’이며 PT GNI는 유기쓰레기를 먹이원으로 하는 동애등에를 생산하여 제품화 후 판매, 수익을 창출한다.


■ Waste Bank ‘버리는 것이 가치가 되다’

 Waste Bank는 플라스틱 병 한 개가 화폐가 되고, 집 앞에 쌓인 폐기물 한 묶음이 적금이 된다.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폐기물을 조합에 가져오면 조합의 이사회 멤버들은 이를 재질별로 분류하고, 단가를 매기고, Bank book에 판매량을 기록한다. 조합원은 일정 금액이 쌓이면 현금으로 인출하여 생활비, 자녀들의 학비에 활용한다. 이번 모니터링 출장 당시 현장에서 만난 조합 구성원들은 이렇게 말했다. 

“그냥 버리면 없어지는 건데, 여기서는 남는게 있어요”“누구나 쉬운 방법으로 소득을 남길 수 있어서 유의미해요”

조합은 기업과 달리 명확한 소유주가 없다. 운영의 주체는 지역 주민이며, 운영의 지속성은 구성원들의 참여와 책임감에 의해 결정된다. 이 때문에 참여율이 떨어지거나 역할 분담이 흐트러지는 시기에는 운영 안정성이 흔들리기도 한다. 출장 전 내가 가졌던 고민도 바로 이 지점이었다.

‘조합이라는 구조가 과연 지속 가능한가?’‘우리가 제공하는 지원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하지만 현장에서 확인한 모습은 예상과 달랐다. 조합원들은 단순히 폐기물을 들고 오는 참여자가 아니라, 사업의 유지와 확장을 함께 고민하는 주체였다. 한 사람이 모든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각자의 역할을 맡아 운영을 지키고 있었다. 특히 “조합원을 어떻게 더 늘릴지”에 대한 논의는 조합 자체가 이미 발전 방향을 스스로 설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물론 여전히 현장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분명 존재한다. 시장 단가의 변동성, 조합 운영 인력의 역량 격차, 재활용 단가 하락 추세 등이 있다. 이러한 변수들은 조합 운영을 흔들 수 있지만, 동시에 우리가 개선을 도울 수 있는 영역이다. 앞으로 우리는 조합이 확보한 자원을 안정적으로 구매할 파트너를 발굴하고, 단가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거래 구조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운영팀이 회계, 데이터 기록, 고객 응대 등 핵심 기능을 스스로 수행하도록 역량 강화도 지원할 것이다.


 사업의 지속 가능성은 외부 지원보다 지역 구성원이 가진 역량이 얼마나 체계화되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출장에서 확인한 것은 그 기반이 이미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조합이 지역 내 건강한 경제 주체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우리는 구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을 계속 수행할 것이다.


■ PT GNI, ‘자원순환을 기술과 시장으로 연결하다’ 

 조합형 모델이 주민 참여를 기반으로 움직인다면, PT GNI는 명확한 성과 기준과 시장 논리에 의해 운영되는 기업형 구조다. 이번 출장에서는 이러한 기업 구조가 가진 추진력과 속도, 그리고 존재하는 과제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었다. 


 PT GNI는 지역에서 수거 된 유기쓰레기를 동애등에(Black Soldier Fly)로 사육하고 제품화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단순한 자체 운영에 그치지 않고, 한국 기업 농업회사법인 ㈜엔토모(Entomo)로부터 사육 기술, 운영 노하우, 생산 공정에 대한 기술이전을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는 폐기물의 단순 처리 단계를 넘어 지역 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프로그램을 처음 기획할 때 직원들 사이에서는 부담과 우려가 존재했다. 그러나 시범 참여자들의 긍정적 반응이 이어지면서 내부의 동기부여도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현지 교육을 받은 주민들은 지금은 직접 생산체계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사업이 지역 주민의 소득 기회를 확대한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업형 모델의 강점은 속도와 실행력이다. 실제로 PT GNI는 사업 개발, 파트너 발굴, 생산 전환 등에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속도만큼 중요한 것은 내실을 체계적으로 다지는 일이다. 생산 확대에 따른 운영 기준의 표준화, 참여 농가와의 계약 구조 설계, 품질 관리 체계 확립 등은 향후 단계에서 반드시 구축해야 할 기반 요소다.


 PT GNI가 구축하고 있는 시스템은 단순히 하나의 사업이 아니라 지역 자원화 산업이 독립적 경제 구조로 자리 잡는 과정이다. 

성장을 서두르기보다 방향성을 정교하게 잡고 기반을 탄탄히 다질 때, 동애등에 기반 순환모델은 메단 지역에서 장기적으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구조를 명료하게 설계하고, 참여자들의 역량이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향후에도 금융산업공익재단과 협업하여 지속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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