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무의미해지는 세상을 꿈꾸는 '사단법인 무의'
- 작성일
- 2026-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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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 없는 세상'은 턱없이 먼 이상이 아니다.
장애가 무의미해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사단법인 무의(이사장 홍윤희, 아래 무의)'는 턱을 없애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경사로 설치 등을 통해 이동을 가로막는 '물리적인 턱'을 없애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거리감을 허물어 '심리적인 턱'을 낮추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활동가가 함께 참여해 '사회적 인식의 턱'까지 허무는 일이다.
무의가 꿈꾸는 세상은 '장애인을 위한 사회'가 아니라 '장애 여부가 중요하지 않은 사회'다.
수도권 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
승강기·경사로 위치 정보 등 제공
무의에서는 물리적 턱을 없애기 위한 접근성 개선을 추진 중이다. 수도권 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를 만들어 휠체어·유아차 이용자, 노인, 임산부, 일시적 보행약자, 짐을 운반하는 사람 등 다양한 이동약자에게 경사로 설치 여부, 승강기 위치, 환승 방법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웹사이트(subwaytransfer.kr)에 접속해 출발역과 도착역을 입력하면 실시간 최단경로를 바탕으로 정보가 제공된다.
10여 년 전, 홍윤희 이사장은 휠체어 탄 초등학생 딸과 지하철을 이용하다 보니 휠체어나 유아차를 이용해서는 지하철 환승이 쉽지 않고, 갈아탈 수 있다 해도 환승 정보를 쉽게 찾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후 2016년 계원예대 협업을 통해 서울 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 제작을 시작했고, 이동약자들에게 환승이 특히 어려운 역 구간의 환승경로 18개 역 18개 구간을 처음 선보였다.
2017년에는 서울디자인재단의 후원을 받아 시민 자원봉사자 60여 명과 함께 22개역 40개 구간을 추가로 작성했다. 특히 콘텐츠 제작 참여자들이 직접 휠체어를 타고 현황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수집한 불편함을 서울교통공사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화진흥원, 행복나눔재단, 티머니복지재단, SK건설, 한양대, 시니어 조사단, 청년 디자이너 등 다양한 기관·기업·시민들이 참여했다. 지금도 추가 지도 업데이트, 인터페이스 개편, 데이터 가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기관·기업·변호사·건축사·활동가
다양한 전문가 참여해 경사로 설치
'모두의 1층' 프로젝트도 무의가 추진하는 대표적 콘텐츠다. 경사로가 없는 곳에 경사로를 설치하는 사업으로, 누구나 평등하게 1층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홍윤희 이사장은 "작은 단차조차 휠체어·유아차 이용자, 노인, 수레를 끄는 배송기사 등에겐 높은 턱이 될 수 있다"며 "식당·편의점·카페 등에 경사로를 설치한 뒤 이용자들로부터 '도시가 나를 반기고 환영하는 느낌을 받았다'는 소감을 들었다"고 말했다.
'모두의 1층' 사업은 단순히 경사로를 놓는 일이지만, 이 과정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법과 제도를 검토하는 변호사, 안전한 경사로 설치를 돕는 건축사, 그리고 경사로 설치 대상 시설을 조사하고 다양한 자원을 이끌어 내는 활동가, 여기에 재정적 지원을 하는 기관 및 기업 등 모두의 관심과 협력을 바탕으로 추진된다.
'모두의 1층' 프로젝트에는 무의와 함께 공익법인단체 두루, 브라이트앤파트너스가 협업하고 있다.
2024년 1월, 서울 성동구의 '장애인 등을 위한 경사로 설치 지원 조례' 제정 추진을 견인했고, 서울시와 CU, SPC그룹, 본죽 등 3개 기업과 함께 경사로 설치를 추진했다. 또한 영등포구 문래동 창작촌 일대에 경사로를 놓을 수 있도록 영등포구청으로부터 도로점용 허가를 받았다.
그동안 서울 중심으로 진행돼 온 사업을 올해에는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은행권 금융노사가 공동기금을 출연해 운영하는 금융산업공익재단의 지원으로 ▲인천광역시 ▲대구광역시 ▲광주광역시 ▲경기도 안산시 ▲경기도 안성시 ▲경기도 이천시 ▲충북 옥천군 ▲전남 목포시 등 8곳에서 '모두의 1층 × 로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홍 이사장은 "금융산업공익재단의 주요 사회공헌 영역 중 하나인 '지역 상생' 가치 덕분에 8개 지역에 80개의 경사로를 놓을 수 있게 됐다"며 "지역의 장애 당사자 활동가를 양성하고, 지역 배리어프리 실현의 마중물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소멸대응기금·고향사랑기부금
활용해 무장애도시 조성 방안 모색
이밖에도 무의에서는 ▲패션플랫폼 기업인 무신사와 밀알복지재단, 성동구가 함께하는 소상공인 경사로 제작·설치 지원 사업 ▲교통약자 접근성 향상 캠페인 ▲휠체어로 들어갈 수 있는 매장 정보를 수집해 그린 지도 제작 ▲서울시민이 참여하는 배리어프리 지향 단축마라톤 대회인 '기부 러닝 페스티벌'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홍윤희 이사장은 지역에 경사로 설치 등 배리어프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방안에 대해 "장애인 당사자 및 기관, 행정, 기업, 전문가, 활동가 등 지역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양한 자원을 모으고, 고향사랑기부금 또는 지역소멸대응기금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부터 여러 곳에 분산 추진하기보다, 가능한 한 좁은 권역 안에 배리어프리 시설이 집적될 수 있도록 우선 설치한 뒤, 점차 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