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자·프리랜서의 소득 및 경력 증명 되는 사회가 되려면?
- 작성일
- 202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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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노동과 프리랜서 시장이 급속히 커졌지만 한국 사회 시스템은 여전히 ‘회사 소속 정규직’을 기준으로 작동한다. 금융권 대출 심사부터 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 육아·주거 복지까지 상당수 제도가 재직증명서·급여명세서·4대 보험 가입 여부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서울 이동노동자 북창 쉼터에서 열린 ‘플랫폼·프리랜서 소득 및 경력증명 지원사업’ 중간보고회에서는 이런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가 나왔다. 수년째 강사로 일하는 부부가 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 과정에서 맞벌이 소득 우대를 받지 못했다. 소득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표준 증빙서류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세청 인적용역 사업소득 신고자, 이른바 3.3% 원천징수 대상자는 올해 870만 명에 육박한다. 2008년 326만 명 수준이던 규모는 2022년 847만 명으로 증가했고, IT 개발자·디자이너·강사·배달 라이더 등 직군도 다양해졌다. 플랫폼 노동자는 실제로 일하고 세금을 내고 있어도, 표준 증빙 체계 밖에 있다는 이유로 대출·청약·복지 심사 과정에서 불이익을 겪는다.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가 금융산업공익재단 지원을 받아 추진하는 ‘플랫폼·프리랜서 소득 및 경력증명 지원사업’은 이런 구조를 바꾸기 위한 시도다. 사업은 제도 연구와 시스템 구축, 시범운영 단계로 진행된다. 올해 8월 시스템 구축을 마친 뒤 9월부터 강사 직군을 대상으로 시범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필화 한국노동공제회 회원공제사업단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들의 경력 증빙 문제는 1~2년 된 문제가 아니다. 수많은 노동자가 오랜 기간 증빙 문제 고충을 계속 말해왔는데 그동안 방치해놓은 부분이 있다. 앞으로도 산업 변화에 따라 관련 노동자들이 늘어날 텐데, 늘어나는 것에 비해 해법이 너무 느리다.”라고 말했다.
현재 프리랜서 직에 대한 경력·소득 증명 체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파편화돼 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2013년부터 '예술활동증명' 제도를 운용해 왔다. 예술인복지법에 근거를 두고 있어, 증명서가 어린이집 입소 재직증명서 대체 등 복지 행정에서 실제로 통용된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의 SW 기술자 경력관리 시스템은 IT 프리랜서 업계의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서울시는 올해 1월 '서울 프리랜서 온' 플랫폼을 정식 오픈했다. 프리랜서와 의뢰인이 에스크로 계좌를 통해 거래하면 그 명세가 자동으로 누적돼 경력으로 활용되는 구조다. 정식 운영 두 달 만에 누적 가입자 2,066명, 계약금액 2억 3,500만 원을 달성했다.
그러나 각 체계는 각자의 울타리 안에 머문다. 예술활동증명은 11개 예술 분야로 적용 대상이 한정돼 있고, KOSA 시스템은 경력을 등록하려면 역설적으로 계약서 등 증명 서류가 먼저 있어야 한다. 서울 프리랜서 온은 서울 소재 사업장과 계약한 경우에 한정되며,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한다. 나머지 절대다수의 프리랜서는 홈택스 소득금액증명원과 통장 입출금 내역서를 끌어모아 창구마다 새로 소명하는 처지다.
공제회가 구축하려는 것은 이 파편들을 잇는 전국 단위 통합 인프라다. 현필화 단장은 향후 서울 프리랜서 온, 예술인복지재단, KOSA와의 데이터 공유 및 협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종별로 경력증명 방식이 달라 표준화를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그래서 강사 직종을 첫 시범 대상으로 택했다.
해외 주요국은 플랫폼 노동자를 사회 시스템 안으로 편입하기 위해 각기 다른 해법을 택해 왔다. 프랑스의 '포타주 살라리알(portage salarial)'은 가장 정교한 모델로 꼽힌다. 독립 컨설턴트로 일하면서도 정규직 신분을 부여받는 구조다. 프리랜서가 일감을 직접 따내면, '우산회사'가 청구서를 발행하고 관리 수수료와 사회보장 분담금을 공제한 뒤 정기 급여로 지급한다. 매달 나오는 급여명세서가 그 자체로 소득 증빙이 되고, 누적된 근무이력이 경력이 된다.
독일은 1983년부터 예술가사회보험금고(KSK)를 운영해 왔다. 프리랜서 예술가와 언론인의 불규칙한 소득을 인정하고 사회보장 체계에 통합한 제도다. KSK가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하는 '준 고용주' 역할을 하며, 가입 자체가 직업 인증으로 작동한다. 연 3900유로 이상 소득이 있으면 가입할 수 있다.
일본은 2024년 11월 ‘프리랜서법’을 시행하며 거래 투명성 제도화에 나섰다. 법은 서면계약 의무화, 60일 이내 대금 지급, 계약 종료 30일 전 사전 통보 등을 규정하고 있으며, 위반 시 최대 50만 엔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시행 1년 뒤인 2025년 11월 일본 공정거래위원회가 발주 기업 약 3만 곳을 조사한 결과, 게임 소프트웨어·애니메이션 제작·음악학원 업계 등을 중심으로 총 445건의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거래 조건을 명시하지 않거나 보수 지급 기한을 넘긴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현재는 주요 출판사와 음악학원이 포함되었으며, 위반 기업 명단 공표라는 평판 리스크도 재발 방지 억지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 단장은 “올해는 기본 시스템 구축과 활용방안에 대한 기초 연구를 진행하고, 내년에는 금융 연계 활용방안에 관한 심층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며 “금융산업공익재단의 지원사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추가 지원처를 확보하거나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고도화해 서비스를 지속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노동공제회와 한국노총이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정책 반영과 공신력 확보를 추진하고 있지만, 전국 단위 제도로 안착하려면 결국 중앙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과 법제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